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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Ronnie-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WEST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물론 WEST 프로그램은 장학금 받으면서 미국에서 어학연수도 하고, 인턴도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커리어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정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100명 중에 1명인 참가자로 참가하는 거예요. 이에 따라서 개인적으로 어학연수를 가거나 인턴을 구직하고 갔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1. 비싼 참가비 (특히 어학연수비용)

 

개인적으로 지원금 측면에서 봤을 때, 소득분위가 높은 편일 때에는 그렇게 매리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싼 참가비를 거의 다 지불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참가비의 반 이상이 어학연수 비용인데, 어학연수 기관이 정말 비싼 학원이예요. 제가 있었던 뉴욕에서는 KAPLAN이었는데, 뉴욕에서 가장 비싼 어학연수 학원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면 일주일에 $500라고 그러더라고요. 그에 비해 학원 수업의 질이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제가 토플 수업을 잠깐 들었었는데, 선생님이 토플 시험을 최근에 본 게 7년 전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의 그런 좋은 학원들 생각하면 조금 실망하실거예요. 

 

 

2. 일처리가 느린 스폰서

 

스폰서에게 주는 돈이 한 명 당 200만원이 넘는데(참가비에 포함), 총 100명을 관리하는 스폰서가 받는 돈은 그러면 2억이예요. 그에 비해서 단 3명의 직원이 저희 장기 18기 웨스티 100명 + 이전 이후 기수도 동시에 관리합니다 (2018년 12월 기준). 인턴십 배정하는 프로세스가 정말 느리고 답답하고 대충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학연수가 끝나고 한 두 달동안 그냥 미국에 머무르면서 기다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 웨스티에서 3명이 그랬는데, 본인이 아닐 보장이 없습니다.

 

 

3. 수동적인 인턴 구직

 

회사에 인턴 지원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수동적이예요. 인턴 구직 과정은 전적으로 스폰서가 주도적으로 진행합니다. 

  • 참가자는 한국에 있을 때 레주메를 스폰서에게 보냅니다.
  • 스폰서가 첨삭 한 번 해주면, 고쳐서 다시 보내요. (이  레주메가 최종본입니다. 모든 회사에게 이 레주메가 보내지니, 최선을 다해야해요. 이 모든 일이 아직 한국에 있을 때 일어나요. 그 때는 '설마 이 레주메가 진짜 최종이겠어' 싶은데, 진짜로 안바꿔줍니다.)
  • 어학연수 기간에 스폰서와 15분 정도 짧은 1:1 면담을 해요. (이때가 유일하게 내가 원하는 인턴에 대해서, 나의 능력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비록 나중에 기억 못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이 때 강력하게 원하는 것을 잘 설명해야 해요. Flexible 해야한다고 아무리 스폰서가 그래도 정말 싫은건 싫다고 해야 합니다.)
  • 스폰서가 인터뷰 오퍼를 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립니다.(최소 2주~최장 4달) (1:1 면담 이후에 스폰서가 알아서 회사에 레주메 보내고, 인터뷰를 보기도 되면, 참가자에게 인터뷰 정보를 통보해요. 알고보니 1개 회사에게 레주메 보내고, 그 회사가 싫다고 하면 다른 1개 회사에게 보내는 식으로 느릿느릿하게 일하더라고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한 시간마다 메일을 확인하는 초조함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어요.)
  • 인터뷰 불합격하면, 다시 기다림의 시간으로 접어듭니다.
  • 인터뷰 합격하면, 그 회사로 결정 나는거예요! (별로 마음에 안들어도 합격하면 그게 끝입니다. 정말 전공과 맞지 않거나 인턴 환경이 나쁜게 아니라면 안바꿔줘요. 인터뷰 오퍼를 받았을 때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대충 인터뷰를 봤는데도 붙은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도 거기에서 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뷰 합격을 하면, 이제 다른 회사 인터뷰는 못보는 거예요. 그대로 끝입니다!)

별로 하는게 없어서 편해보일 수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답답해요. 무조건 기다려야 하고, 스폰서에게 연락하면 인내심을 가지라는 답변 뿐입니다. 계속 기다리면서 결국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손해를 봐도 자기 손해인거지, 스폰서나 정부 어디든 해결책을 절대 주지 않아요.

 

 

4. 회사의 질

 

솔직하게 말하자면 누가 봐도 되게 좋은 그런 회사는 거의 없어요. 그럭저럭한 회사이거나 이건 뭐야 싶은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본인이 미국에서 충분히 스스로 좋은 인턴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되시거나, 이미 가고 싶은 회사가 있거나, 이름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WEST 프로그램은 맞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나 NPO 등 많은걸 배울 수 있는 회사는 있어요. 회사 자체가 탄탄한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배우면서 본인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회사요. 본인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최대한을 다 배우고 개인적으로도 미국에 와서 열심히 본인 능력을 개발시키고 싶으시다면, WEST 프로그램이 잘 맞을 것입니다.

 

 

5. 여행기간의 현실

 

WEST 의 T! 전 처음에 프로그램 기간에 Travel (1개월)이라고 써있어서 그 기간에는 여행을 꼭 하는 그런 프로그램인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여행은 원한다면 인턴 종료 후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행이라는게 여유이 있어야 할 수 있는지라, 돈이 마지막에 남지 않으면 그냥 한국에 돌아가게 되는 거예요. 마지막 1개월은 사실 개인의 필요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 시간입니다. 어학연수랑 인턴 기간에 여행을 다니고, 마지막 여행은 안 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공채 시즌에 맞춰서 돌아가느라 여행 못하고 가는 친구들도 있고요.

 

 

+ 마지막으로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굉장히 많은 후기를 찾아보면서 생활비를 예상하고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게 훨씬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게 되더라고요. 뉴욕에서 생활비가 200만원 가까이 드는데, 여행이며 이런저런 이벤트 생각하시면 훨씬 넉넉하게 자금을 준비하시는게 마음이 편하실거예요.

 

 

 

 

여기까지 WEST 프로그램의 아쉬운 점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제가 WEST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섯 달, 그리고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뉴욕에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뉴욕에서 일년 넘게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불만도 많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입니다! 

 

지금은 여기에 있다보니 해외에서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네요. 전에는 마음만 있었지, 두려움도 크고 구체적인 방법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살다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이 부서져 더 선택지가 많아졌고요. 볼 수 있는 세상이 넓어졌다는 말이 뻔하게만 들리고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정말로 내가 생각하던 가능성의 가지수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 훨씬 더 넓은 세상이 있었고, 그 안에서 사는 게 생각보다 엄청 힘들지만은 않은 것이라는걸요. '어차피 한국도 취업하기 힘들고 일하기 힘든거 똑같은데, 이왕이면 내가 더 설레는 곳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힘든게 더 재밌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 WEST 프로그램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면, 본인이 해외 경험을 통해 어떤 걸 얻고 싶은지, 그리고 본인에게 필요한 것(취업과 연계된 인턴/장학금/어학연수 등)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비교해본 다음에 지원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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