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여러분, Ronnie-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뉴욕에 와서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미국 직업 중 하나인  'Bathroom attendant'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Bathroom attendant

restroom attendant = toilet attendant = washroom attendant

기본 업무

  • 화장실 시설 유지·청소
  • 휴지, 비누, 타월 등의 화장실 용품 구비
  • 고객의 화장실 사용 질서 관리 (사람이 많은 화장실의 경우 빨리 이용할 수 있도록 줄을 관리하고, 마약이나 싸움을 방지하는 역할을 함)

일반적으로 한국의 화장실 청소원과 같이 다음과 같은 기본 업무를 합니다. 특히 공연장이나 경기장처럼 짧은 시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건물의 화장실에서 적극적으로 줄을 관리해요. 화장실에서 사람이 나오면 큰 소리로 'Next!' 이렇게 외치고, 그러면 다음 사람이 바로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죠. 그리고 미국은 워낙 마약을 많이 하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마약을 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Bathroom attendant 는 일반 화장실 청소원과 다른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프리미엄 서비스

    • 수도꼭지 틀어주기
    • 비누 제공
    • 타월(Paper towels) 제공
    • 간식 판매(민트, 사탕, 껌)
    • 화장품 판매(로션, 구강세정제, 향수)
    • 담배 판매
    • 상비약 판매
    • 성인용품 판매
    • 음료 판매(주로 에너지드링크)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bathroom attendant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바, 클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정말 'fancy'한 곳에 가끔 있는 편이고, 클럽은 거의 다 있는 것 같아요. 화장실에 딱 들어가면 attendant 한 분이 계십니다. 세면대 옆 의자에 앉아계실 때도 있고, 서서 기다리고 계실 때도 있어요. 가장 많이 접하는 서비스는 타월 제공이예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면 옆에 서 계신 attendant 가 손 닦을 휴지(paper towel)를 한 장 주십니다. 처음에는 이걸 받아야 하는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엉거주춤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레스토랑에서 처음 bathroom attendant를 접했어요. 호텔에 있는 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는데, 아무리 이 여기가 비싼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내가 뭐라고 이렇게 손에 물기 닦을 휴지까지 대접받나 싶었어요. 청소를 하거나 화장실 물품 관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데도 계속 비위생적인 화장실에 머물러야 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졌죠. 아무리 화장실이 깨끗하다고 해도 모든 소리가 다 들리고, 변기와 멀지 않으니 여러 세균이 있잖아요. '이런 일이 직업으로 있다는게 인권적으로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손님 입장에서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조용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정말 창피했습니다. 처음에 화장실에 딱 들어가면 눈이 마주치기 마련이고, 이렇게 눈을 마주치는게 전통적인 역할이었다고 해요. 이미 눈을 마주치고 눈인사까지 한 뒤라서 더 민망했습니다. 그런데다가 손 씻은 후에 핸드 타월을 한 장씩 뽑아주는 것도 심적으로 불편했습니다. 타월을 제 손으로 사용하는게 힘든 일도 아니고, 항상 혼자 잘 사용해왔으니까요.

게다가 요즘에는 타월도 많이 쓰지만, 손 건조기도 많이 쓰잖아요. 미국은 특히 손 건조기를 한국보다 많이 사용하는데, 정말 관리가 잘 안되어있는 작은 화장실이더라도 건조기는 꼭 구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보통 건조기와 타월 중에 개인이 원하는걸 선택해서 사용하곤 합니다. 저는 굳이 타월 한 장 낭비하는 바에는 건조기로 얼른 말리는걸 더 선호해서, 더욱이 왜 꼭 타월을 건네줄까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팁도 항상 고민되는 점입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팁박스가 항상 있어요. 그리고 부담스러웠지만 나에게 타월까지 건네줬는데, 팁을 줘야하는게 당연한 미국 문화인가 싶었죠.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팁을 주는 사람보다는 안주는 사람이 더 많다고 느껴집니다. 검색해보니 타월을 건내준 것만으로는 팁은 주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팁을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요.

그리고 사탕이나 껌 같은 간식이나 화장품, 담배, 상비약, 성인용품, 음료수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데, 이런건 저는 바나 클럽에서 주로 봤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받았을 때는 팁을 주는게 맞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이런 물건들을 보면서, 누가 이런걸 여기에서 살까 의문스러웠습니다. 구강세정제나 담배 같은 것들은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간편하게 사서 바로 사용하기 편하니까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간식이나 음료수처럼 먹는 것들은 사실 화장실에 계속 있던 거라서 비위생적으로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향수나 로션 같은 것들을 굳이 여기에서 사야하나 싶고요.

이 bathroom attendant 는 가족끼리 모여 가끔 시내로 외식을 나가던 시절에 만들어진 문화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돈을 냈고, 정말 휴식(rest)을 취하는 용도로 화장실을 썼다고 해요. 그래서 돈을 내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었고, 관리자는 깨끗한 관리를 위해 bathroom attendant 를 고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화장실 청소뿐만 아니라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종종 대화를 나누면서 화장실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항상 화장실에 머무는 attendant가 물건까지 팔고 팁을 받으면 더 수익을 높일 수 있어서 물건을 팔기 시작했대요. 이렇게 생각하면 그 기원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요즘에도 이 직업이 꼭 필요한 직업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외식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 화장실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보다는 개인적으로 사용하기에 깨끗하면 되는 공간이죠. 위생적으로 봤을 때 화장실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물건을 파는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화장실 한쪽에 작은 의자 하나 두고 앉아서 지쳐있는 청소원을 보면 더 이상 이 직업의 역할이 화장실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이게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가 싶어요. 그리고 클럽에서 마약이나 싸움을 방지하는 역할은 오히려 안전요원이나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