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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nnie-입니다.

오늘은 제가 뉴욕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저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규모의 GC(General Contractor) 이고 직책은 IT Coordinator 이지만 IT support와 Software implementation, 그리고 Software training까지 업무를 확장해서 맡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구직 과정이 힘들었다는 푸념은 잔뜩 했었죠. 인턴을 시작한지 10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다행히 굉장히 만족스러운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일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해외취업에 관심이 원래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하면서 왜 해외 취업 쪽으로 더 끌리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 내가 책임지고 일한다

일단 가장 좋은 점은 책임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두 달만에 맡은 프로젝트가 이전에 사용하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베이스를 뽑아서 새롭게 사용하려는 소프트웨어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듣도보도 못했던 소프트웨어를 익히면서 보냈어요. 게다가 저는 건설 쪽은 처음이라서 프로젝트 프로세스부터 익혀야 했죠. 데이터베이스를 뽑아내는 건 하겠는데, 오히려 어려웠던 부분은 데이터 입력 부분이었습니다. 데이터를 한번에 입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유형에 따라서 사람이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인도의 하청업체를 고용해서 그 인력을에게 어떻게 데이터를 입력해야하는지 친절하게 파일을 만들고 트레이닝을 진행했어요. 이 과정에서 인도 직원들과 전화, 화상회의를 매일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일까지 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하다보면 다 하게 되더라고요. 능력을 믿고 뽑았다면 그에 맞게 직책과는 관련 없이 Responsibility를 준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굉장히 효율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운영방식이죠...미국답게...

 

하지만 전반적인 미국 회사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지, 웨스티가 가는 모든 회사가 그런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다른 웨스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잡일만 많이 시키거나, 단순한 일만 시키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인턴을 뽑을 준비가 안 된 책임감없는 회사인거죠. 아무래도 웨스티 대부분은 무급이다보니까 회사도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서도 프랑스에서 웨스티처럼 정부를 통해서 무급인턴이 굉장히 많이 오는데, 뉴욕 내에서 뽑는 유급인턴들은 고심하고 뽑는 것에 비해서 무급인턴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뽑더라고요. 게다가 단기 인턴이라면 아무래도 회사가 기대하는 역량이 다르겠죠.

 

  • 쓸데 없는 권위가 없다

한국에서 인턴했을 때는 팀장님도 되게 어려운 분이었고, 회식 자리도 항상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일단 서로 나이도 몰라요. 물어볼 수 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냥 편하게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니까 임원이랑도 편하게 장난치게 되더라고요. 제가 맨날 할아버지뻘인 부사장님한테 mean bear라고 놀리는데 이런 것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업계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저희 회사가 특히 건설회사 치고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인턴이니까 더 마음가짐이 편하기도 하겠죠? 일할 때도 이 부분이 느껴지는게, 어리거나 직급이 낮다고 일을 시키는게 아니라 같은 팀원으로 동등한 선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매니저는 매니저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시스턴트는 그 역할이 있는 느낌입니다.

 

  • 능력만큼 준다

능력만큼 일도 주고, 능력만큼 돈도 줍니다. 회사에 저랑 동갑인데 경력이 5년 정도 되는 프로젝트 매니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워낙 똑부러지고 빨리빨리 프로젝트를 잘 진행해서 늘 프로젝트 성과가 좋아요. 아직 경력이 5년인데도 연봉은 같이 일하는 15년차 프로젝트 매니저보다 높더라고요. 그만큼 프로젝트도 여러개 맡고 있고요.

 

반면에 받는 만큼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은 정말 가차없이 fire 입니다. 정말 무섭게 잘라요. 당일 통보에다가 동료들한테 인사할 시간도 안주는 못된 방법으로. 이게 합법인지 퇴직금 개념은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뉴욕이 사업하기 좋은 동네인 이유가 이런 비인간적인 인력관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턴에게도 똑같습니다. 저는 이 회사가 잘 맞아서 비자가 허용하는 최대 기간으로 연장을 했어요. 워낙 사장님이 커피값 1달러까지도 아끼는 사람이라서 최저시급 $15 정도 받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협상이라도 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 성과랑 하고 있는 업무들을 고려해서 협상했고, 그 결과 흔쾌하게 같은 직무 신입사원들보다도 높은 시급을 받아냈습니다!! 그만큼 또 일을 많이 줘서 힘들게 일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같은 시간을 투자하는 거라면 돈도 많이 벌고 경험도 많이 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제가 미국에서 평생 일하고 싶지는 않은 이유 중에 하나예요. 사회 자체가 지나치게 위아래 계층으로 나눠져 있는걸 하루하루 느껴요. 내 코앞의 문제로 보면 일 더 빨리 배우고 열심히 하면 돈은 많이 벌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넓게 보면 결코 좋은 사회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달에 몇천 몇억씩 버는 사람들이 정말 그만큼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돈을 쓸어담고 있는지, 평생 최저시급정도의 급여만 받는 사람들이 정말 능력이 없어서 그런건지는 전혀 모르겠거든요.

 

  • 재밌다

앞서 얘기했던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있는 내용 같아요. 저희 회사는 사무실에 BGM이 있어요.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노래 틀어두는 컴퓨터에 가서 골라서 틀어요. 너무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 않으려고 사장님이 일부러 해두는 것 같은데 이게 되게 좋더라고요. 할로윈데이에는 코스튬입고 출근해서 베스트 드레서도 뽑고요. 공식적인 회식은 절대 없지만 친한 코워커들이랑 퇴근하고 바에 가서 자주 놀기도 하고요. 같이 여행도 다닐 정도로 편한 사이입니다. 그래서 일은 빡센데도 재밌게 일하는 것 같아요. 빡세게 일하고 번 돈으로 코워커들이랑 놀러 다니고 쇼핑하는 맛! 집도 5시 땡 치면 갈 때가 많고, 가끔 프로젝트 기한 때문에 좀 더 일하는 정도입니다. 

친한 웨스티 동기네 회사는 좀 더 널널한 NPO인데, 거기는 축하할 일만 있으면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고 하더라고요. 극단적이었던 얘기는 일하면서 위드 하고 온다던 회사도 실제 웨스티 친구네 회사 중에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심한 것 같고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완전 성과주의!

 

  • 남일에 관심없는(좋은 의미로) 다양한 사람들

이렇게 코워커들이랑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아무도 신경을 안써서 인 것 같아요.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출신지가 정말 다양한데, 사장님이 어디 출신이든지 능력만 있으면 뽑아서 코워커들이 정말 다양해요. 뉴욕의 특징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비해서 딱히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안 물어봐서 좋아요. 몇 살인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있으면 뭐하는 사람인지, 가족 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친한 코워커들이랑은 편하게 얘기하지만 회사에서는 굳이 다들 관심이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주말에 다른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누구랑 갔어?'는 전혀 안 물어보고, '뭐가 제일 좋았어?' 라고 물어봐요.

 


 

길게 말씀드렸는데 한 마디로 뉴욕에서 인턴하는건 '정말 바쁘고 정신없고 힘들지만 그만큼 배우고 느끼는 세상이 넓구나!' 입니다. 저희 오너가 매일 강조하는게 뉴욕이 아름답지만 그렇게 살기 좋은 도시도 아니다. 길거리나 환경은 disgusting 하지만, 그래도 업계 No.1 이 되기 위해서 No.1 도시에서 일하는건 엄청난 기회라고요. 뉴욕에서 15개월을 보내면서 단 한 번도 뉴욕 인턴 생활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혹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저는 지금 끌리는데로 그냥 걱정없이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지만 꽤 좋은 기회가 생겨서 고민 중이예요. 뉴욕에서 계속 일을 할지, 한국에 돌아갈지 고민이 많습니다. 기회도 많고 그만큼 힘들 일도 많은 해외 인턴, 여건이 된다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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